벌써 멘도사를 다녀온 지도 대략 4개월이 지났다. 아직 조르잘(Zorzal)과 비힐리아(Vigilia)가 남았는데, 벌써 4개월이나 지나가버렸다니...
오늘은 조르잘에 대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도록 하겠다.
사실 조르잘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이 없다. 심지어 사진도 많이 없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소개를 해보도록 하겠다.
아침에 웬딸라와이너리(Huentala Winery)에서 정말 맛있는 와인들을 맛보고 난 후, 점심을 먹으며 또 다른 와인을 마시러 조르잘에 도착했다. 조르잘에서 먹을 메뉴는 아사도(Asado: 아르헨티나식 바베큐)라고 한다. 아르헨티나 아사도는 굉장히 유명하다. 이미 남미 여행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사도에 대해 들어보거나, 혹은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사도가 맛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이 음식에 대해 어떠한 코멘트도 달고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아르헨티나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먹는 이 아사도가 엄청나게 특별한 메뉴로 다가오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나한테는 이 점심메뉴가 다른 와이너리에서 먹었던 메뉴들과 같이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밖에서 조르잘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아할 만한 메뉴였다. 고기 육즙이 가득한 것이, 역시 아사도의 맛은 일품이었다. 샐러드도 쉬지 않고 리필해 주는데, 고기와 샐러드의 조합이 환상적이었다..
아쉽게도 아사도 사진은 하나도 없다. 아마도 나는 아사도의 매력보다, 점심을 먹었던 장소의 아름다웠던 풍경에 더 끌려서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이쯤 되었을 때는 처음 도착했을 때 받았던 샤르도네 와인 한 잔을 깨끗하게 비우고 말벡을 마시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말벡, 한 모금을 입에 머금자마자 나의 반응을 표현해보겠다.
" ???????????????????????????????????? " ------> 당시 내 반응
말벡에서 느껴지는 검은 후추의 향이 나의 후각을 자극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보통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와인은 "음... 별로"라고 단정을 지을 수 있고,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와인은 "와! 맛있다"라고 느낄 수 있는데, 이 와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내가 이렇게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나의 동행들은 하나둘씩 와인이 맛있다며 극찬을 하기 시작했다.
"맛이 있다고...?"
나는 다시 와인을 맛보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확실히 내 스타일은 아니다.
맛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으니, 내 스타일이 아닌 것으로 결정을 했다. 그 뒤에 온 까베르네 소비뇽에서도 약간의 검은 후추향이 나는 것 같았다. 맛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특이했다. 나에게는 이렇게 별로라고 생각되는 와인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맛있는 와인이 될 수 있다니...
비록 나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은 와인이었지만, 이 Zorzal의 와인을 한 번쯤은 맛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별로였지만, 나를 제외한 나의 그룹 전체가 이곳의 와인들을 극찬했던 것처럼...
이렇게 와인을 맛보며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점심을 먹은 곳은 지붕이 없는 곳이었는데, 비가 정말 주룩주룩 내려서, 먹던 것을 다 내려놓고 어딘가로 대피를 해야 했다. 나는 와인잔 2개를 들고 열심히 달려 모든 사람들이 향하던 가장 가까운 건물로 뛰어들어갔다. 우리가 뛰어들어간 곳은 실내 와인테이스팅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던 같다. 나는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멘도사는 정말 건조한 곳으로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곳이다. 그런 멘도사에서 점심을 먹다가 장대비를 피해야 했던 우리는 정말 특별한 경험을 했던 것이다. 같이 있던 사람들이 함께 웃으며, 얼마나 우리가 행운이 깃든 사람들인가에 대해 놀라워 하고 있는 순간, 조르잘의 직원 한 명이 기타를 들고 연주를 시작했다. 악보도 없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데, 빗소리와 그의 노랫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낭만이 공기 중에 떠다녔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참 멋있었다. 아마 시간만 나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나 보다. 아르헨티나는 많은 사람들이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수 있다. 취미를 갖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아이들 학교의 수업들에 대해 들어보면 체육은 우리나라처럼 배구 토스 몇 번, 줄넘기 몇 개 이런 것이 아니라(지금의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 넘어가던 그 시절에는 이러했다... ), 하키, 럭비, 축구 등등 학교 내에 있는 스포츠 팀에 들어가 연습을 하고, 실제로 시합도 다니는 그런 구조이다. 물론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학교는 사립학교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르헨티나의 공립학교는 어떨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대부분 사립을 나왔기 때문에 공립학교의 시스템은 들어본 적이 없다... 언제 시간이 되면 여기에 대해 조사를 해보고 이야기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노래는 비가 그칠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 직원의 노래가 끝나자, 와이너리의 사장님이 노래를 시작했다. 어쩜 기타를 치며 노래를 그렇게 잘하는지. 부러웠다. 나도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곡의 노래를 악기를 다르며 불러보고 싶지만, 나는 악기를 다루는 것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으니... 괜찮다고 나를 위로해 본다. 다른 사람이 불러주는 것에 만족하며 와인이나 마시지, 뭐........................................................ 헤헿
이 와이너리에서 제일 좋았던 와인은 이 노래들을 들으며 와이너리의 사장님이 서비스로 준 말벡이었다.
이 말벡으로 말하자면 내가 지금까지 마셨던 말벡 중에 가장 오래 저장이 되어있던 와인이고, 병에 상표도 붙어있지 않은, 마켓에는 나와있지도 않은 그런 특별한 와인이었다. 2010년 산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말벡은 환상적이었다. 거의 코르크를 열자마자 한 모금을 마셨는데, 그 부드러움은 아마 내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모르겠으니, 한 이야기를 해주겠다.
내가 중국에 살 적에(2010~2016) 자주 만나서 놀던 프랑스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프랑스 와인이 그립다고 종종 이야기를 했었다. 어느 날 내가 그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난 사실 와인에 대해 이해를 잘 못하겠어.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 어떤 와인이 맛있는 건지..."
그 친구가 망설임 없이 이야기했다.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는 마셔보면 알아."
이 2010년 산 말벡은 그 당시 내 프랑스인 친구가 언급했던, "마셔보면 안다"라고 했던 그 와인임이 분명했다.
나는 이 와인이 얼마냐고 사장님에게 물었다. 한 10병 쟁여놓고 마시고 싶은 그런 와인이었다. 왜 집에 그런 술 있지 않은가? 집에 경사가 있거나, 아주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대접을 위해 열고 싶은 술?
와이너리의 사장이 나를 보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이 와인은 사실 파는 와인이 아니야.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오늘만 한 병에 200달러만 받을게"
가난한 나는 이 와인을 추억에만 담아두기로 하였다...
조르잘 점심 및 와인시음 (Zorzal lunch with wine tasting)
(샤르도네, 말벡, 까베르네 소비뇽,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음...)
비용(달러): 대략 40달러/인당 (2023년 11월 22일 기분 블랙마켓 달러값 1000페소/1달러)
비용(페소):40000페소 (2023년 11월 22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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