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órdoba Argentina

Córdoba 여행 #5

붜롸미 2023. 7. 7. 03:31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었다. 비행기표를 살 때부터 이 날은 그냥 동네나 돌아보는 날로 정해놓았었다. 왜냐하면 차를 타고 나가려면 길이 엄청 막히거나, 어딘가를 도착한다고 해도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대부분일 테니 말이다.

아르헨티나의 휴일은 말 그대로 쉬는 날이다. 주말, 특히 일요일에 밖을 나가보면 다들 집에서 뭐하는지 도로가 텅텅 비어있을 때가 많다. 물론 저녁즈음 되면 아파트가 많은 곳들의 주변, 특히 시내에는 몇몇 레스토랑이나 바 같은 곳들은 열기도 한다. 하지만 작은 마을들이나 여행지가 아닌 곳들에서의 휴일은 집에서 그냥 쉬어야 하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나 근로자의 날은 진짜 근로자를 위한 날이기 때문에, 이런 날은 나가도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쓰니와 쓰니의 동행은 전날 라꿈브레시따에서 추위에 떨며 여행을 하던 게 좀 힘들었었는지, 오전 느지막이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다. 뭉그적뭉그적 침대에서 꾸물거리다가 지루하기도 하고 밖에 날씨를 보니 날씨도 좋아서 산책을 좀 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하늘을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거의 항상 하늘이 참 예쁘다.

 

'아- 슬슬 나가볼까나'하고 아파트를 나왔다.

아파트를 나오니 우리 블록 옆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에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https://goo.gl/maps/XDFPEYcZLYoyvFWy5

 

La Vieja Esquina · Belgrano 193, X5000JQC Córdoba, 아르헨티나

★★★★★ · 남부 음식 전문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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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줄이 조금 긴 것도 아니고, 줄이 엄청나게 길었는데, 그 길이가 한 블록을 돌아 다른 쪽까지 길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5월 1일 노동절에 로끄로(locro)라는 음식을 먹는다. 로끄로는 스튜형태의 음식인데, 옥수수, 콩, 호박, 고기 등등을 넣고 오래 끓인 음식이다. 고기는 대부분 돼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나 다리를 썼다고 한다. 쓰니가 사는 집에서도 로끄로를 종종 사서 먹는다. 소시지나 베이컨, 좋은 부위의 고기들(살코기가 많은 것들)이 들어가면 진짜 로끄로가 아니라고 하면서 아쉬워한다. 진짜 로끄로는 이런 비싼 재료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말이다.

 

원래부터 로끄로는 국가기념일이나 독립기념일에 먹는 음식이다. 근데 노동절에도 이 음식을 먹게 된 계기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던 사람들이 미국에서 8시간 노동제 시위로 사망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는데, 이때 이들이 먹기 시작한 것이 전통이 되었다고 한다. 노동권 보호와 사회적 평등이라는 정당한 대의로 단결이 된 노동자들이 함께 나눈 음식으로 노동자들의 투쟁과 정체성의 상징이 된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로끄로가 중요해도 휴일이 이렇게 줄을 한 시간, 두 시간 서가며 로끄로를 사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로끄로를 파는 곳이 이 레스토랑 말고도 많을 텐데... 여기 로끄로가 그렇게 맛있나?

 

이런 건 먹어봐야 한다.

 

 

La Vieja Esquina 사람들 줄 선 장면
La Vieja Esquina 레스토랑 반대편 블럭까지 줄을 선 사람들

 

 

물론 5월 1일 당일에 먹지는 못했다. 줄이 너무 길었고, 줄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쓰니가 점심시간이 지나고 또 한 번 이 블록을 지나갔는데, 줄은 여전히 길었다. 그래서 그다음 날인 5월 2일에 점심으로 먹으러 갔다. 여기서 잠시 5월 2일의 포스트를 잠시 하겠다.

 

 

La VIeja Esquina

 

 

로끄로 하나를 시키고, 엠빠나다(Empanada: 우리나라 음식으로는 만두 같은 음식. 오븐에 굽거나, 튀기는 방식.)를 하나 시켰다. 로끄로는 일단 아르헨티나 전통으로 내려오는 그런 로끄로같았다. 왜냐하면 국물 한 숟가락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돼지의 비린내가 약간 난 것. 그렇다고 심하게 비린내가 난 것이 아니다. 쓰니는 고기의 비린내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비린내가 심하면 못 먹었을 것이다. 이 비린내의 정도는 "아, 여기에 쓰인 고기는 아마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파는 그런 로끄로에 넣는 고기(살코기나 훈제베이컨)를 쓴 게 아닌 것이 확실하다"라고 느낄 수 있는 정도의 비린내였다.

맛있었다. 옥수수도 적당히 들어가고 고기의 양도 너무 많지 않고, 또 너무 적지도 않았다. 굉장히 오랜만에 먹는, 맛있고 제대로 만든 로끄로였다. 

"그래서 그렇게 줄이 길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이번에는 엠빠나다를 한 입 베어 먹었다. 엠빠나다는 반죽이 너무 두꺼워서, 나한테는 좀 퍽퍽했다. 하나만 시키길 너무 잘했다.

 

 

La Vieja Esquina. Locro
La Vieja Esquina. Empanada de Carne Picada

 

 

5월 2일의 포스팅을 여기서 끝내기로 하고 다시 5월 1일로 돌아와서...

우리는 그 로끄로의 긴 줄을 뒤로하고 계속 걷기 시작했다. 우리 숙소 주변에는 쇼핑을 할 수 있는 거리들과 무수히 많은 교회들, 그리고 산마르틴이라는 광장이 있었는데, 먼저 우리는 산마르틴광장을 들렀다.

https://goo.gl/maps/r19ESyvSHLPQ3RM96

 

Plaza San Martin · X5022 Córdoba, 코르도바 주 아르헨티나

★★★★☆ ·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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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커다랗고 멋있는 교회와 많은 은행들이 있었으나, 정부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메인광장은 아닌가 보다. 

 

 

Catedral de Córdoba. Nuestra Señora de la Asunción

 

 

산마르틴 광장에 있는 이 교회는 교회 내부에 있는 벽화가 정말 예쁘다고 하는데, 교회 문이 닫혀있어서 쓰니는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 사진에서 보면 그냥 문 세 개가 달린 한 네모 모양의 교회 같지만 사진에서 보이는 정문의 뒷부분이 길고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컸다. 

 

그리고 광장 중심부에 보이는 이 산마르틴(San Martin) 장군의 동상.

 

 

San Martin 동상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있어 산마르틴 장군은 우리나라로 치면 이순신 같은 존재이다. 그 이유는 바로 아르헨티나를 독립하는데 아주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마르틴 장군의 이름을 딴 거리, 그리고 산마르틴 동상이 있는 곳이 굉장히 많고, 쓰니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자주 타는 기차의 이름도 산마르틴 라인이다.

 

광장을 한 번 쓱 둘러보고 나니 점심시간이었다. 쓰니와 쓰니의 동행은 서둘러 집에 가서 점심을 준비했다. 앞에도 언급했듯, 노동절에 어딜 나가서 원하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아사도 레스토랑이 하나 열려있기는 했지만, 쓰니와 쓰니의 동행은 집에서 하는 아사도에 적응이 되어있기 때문에 아사도 레스토랑에는 가지 않는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엠빠나다이다. 엠빠나다는 한국으로 따지는 만두 같은 음식인데, 주로 튀기거나 오븐에 구워서 먹는다. 한국에서는 만두소가 보통 아직 조리가 되지 않은 고기(및 각종 야채, 당면)가 들어가거나 김치(및 고기, 각종 야채, 당면)가 들어가는데, 아르헨티나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재료들이 들어갈 수 있다. 고기는 물론이고, 호박, 각종 치즈, 하몽, 야채, 옥수수 등등 개인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간 재료들은 이미 조리가 된 상태라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쓰니는 숙소에 양파를 엄청 많이 사놓았기 때문에 양파 엠빠나다를 만들기로 했다. 양파를 길게 잘라서 약한 불로 양파를 익히는데, 하얀색 양파가 갈색이 될 때까지 계속 익히다가 마지막에 치즈를 넣고, 소금과 후주로 간을 했다. 그리고 이것을 슈퍼마켓에서 산 만두피같이 생긴 엠빠나다피에 넣고 빚어서 튀기면 완성!

 

 

엠빠나다와 말벡

 

맛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물론 이 양파엠빠나다는 쓰니의 창작물이다. 아르헨티나 어느 곳에도 없을 쓰니의 엠빠나다. 말벡과 함께 마시니, 여느 레스토랑 부럽지 않았다.

 

배불리 먹고 마시고 또 쓰니와 쓰니의 동행은 마실을 나갔다. 그냥 무작정 걸어 다녔다. 쓰니는 주로 아래 지도 중심부에 보이는 에스빠냐스퀘어(España)를 중심으로 돌아다녔다. 먼저 에스빠냐스퀘어의 오른쪽에 보이는 커다란 공원을 갔다. 날이 좀 더 따듯하고 맑으면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공놀이를 하고 마떼를 마실 수 있는 쾌적하고 넓은 공간이었다. 쓰니가 이 공원을 간 날은 흐리고 추워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코르도바 수도 중심부 지도. 구글맵 캡쳐
에스빠냐스퀘어에 있는 박물관 지도. 구글맵 캡쳐

 

에스빠냐스퀘어에는 박물관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지하에서 음악소리가 크게 들려서 내려갔더니, 사람들이 아르헨티나 전통의상을 입고 춤을 추고 있었다.

어린 꼬마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 의상을 갖추어 입고 음악에 맞춰서 즐겁게 아르헨티나 전통춤을 추고 있었다. 참 흥이 많은 나라다. 한국도 흥이 참 많은 나라이지만 세대별로 나누어져 있는 느낌이라면, 아르헨티나에서 받은 내 느낌은 남녀노소가 같은 노래를 좋아할 수 있고 함께 즐겁게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에서 나와서 이번에는 교회를 향해 걸었다. 이글레시아델사그라도꼬라존데헤수스(Iglesia del Sagrado Corazón de Jesús)라는 교회인데 카푸친 교회이다.

 

 

 

https://goo.gl/maps/TvSaBGvjH4LsjgtcA

 

Iglesia del Sagrado Corazón de Jesús (Iglesia de los Capuchinos) · Buenos Aires 693, X5000IMM Córdoba, 아르헨티나

★★★★★ · 천주교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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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lesia del Sagrado Corazón de Jesús (Iglesia de los Capuchinos)
Iglesia del Sagrado Corazón de Jesús (Iglesia de los Capuchinos)
Iglesia del Sagrado Corazón de Jesús (Iglesia de los Capuchinos)

 

 

카푸친 교회라는 이름을 들으니 카푸치노가 연상이 되는가?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카푸치노 커피의 명칭은 카푸친회 수사들이 입는 수도복의 색깔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교회의 외형 색깔도 카푸틴 수사들의 수도복 색이랑 비슷해서 호기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호기심은 그냥 호기심에서 끝났다. 투어도 돌 수 없고, 교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교회도 내부가 정말 예술이라고 한다...

 

 

카푸친회 교회에서 나와서 챠카부코거리(Chacabuco)를 걸었다. 이 거리는 사실 걸으려고 했던 거리가 아니라 숙소로 돌아가려고 걷게 된 거리인데, 아이디어가 너무나 좋은 것 같아서 영상으로 담았다.

 

 

 

 

도로 한가운데 중앙차선이 있는 대신, 이렇게 도보가 있다. 가로수도 있는 꽤나 큰 도보이다. 커다란 차선을 포기하고 이런 운치 있는 도보를 만들었는데, 운전자가 아닌 뚜벅이 쓰니는 그저 좋았다. 일단 차선이 확 줄어들어 차가 많이 안 다니니, 시끄럽지 않았다. 밤에는 조명이 은은하게 켜 있었어서 분위기 있는 도보가 되었다. 운동하는 사람, 쓰니처럼 그냥 걸어 다니는 사람,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 거리를 사용하고 있었다. 분명히 다른 도보와 용도가 같은데, 왠지 좀 더 여유가 느껴지는 그런 공간이었다. 코르도바는 왠지 낭만이 좀 더 느껴지는 그런 곳 같다. 매너 있고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깨끗한 도시 코르도바. 아르헨티나의 제2의 도시인데, 제1의 도시와 너무 심한 갭이 느껴지는 그런 도시였다. 나는 왠지 제1의 도시보다 제2의 도시가 더 끌린다.

 

 

챠카부코거리(Chacabuco)

 

 

이렇게 나의 코르도바 여행은 끝이 났다. 5월 2일은 점심먹고 쇼핑만 해서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하나 기억나는 건 Alfajor를 샀다는 것. Alfajor에 대한 포스트는 다음에 하는 것으로 기약하고 코르도바 여행에 대한 기록은 여기에서 마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