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 Juan 여행 #1 (산후안에서 자동차 렌트해서 로데오 가기)
다가오는 11월에 가는 멘도사 여행이 코르도바 여행의 다음 여행이 될 줄 알았건만, 다행스럽게도(?) 그 사이에 산후안(San Juan)이라는 아르헨티나 서북쪽에 있는 작은 주(州)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산후안이라는 곳이 정확히 어디 있느냐?
멘도사 위, 안데스 산맥 옆, 코르도바의 왼쪽에 있는 주이자, 칠레 오른편 안데스를 넘으면 바로 있는 주이다. 멘도사와 비슷하게 안데스 산맥을 옆으로 끼고 있어서 좋은 물이 흐르고, 포도 재배시기인 여름밤에는 서늘하고 낮에는 뜨거운 기후(굉장히 건조함)를 가지고 있어서 산후안에서도 와인이 꽤나 생산이 되고 있다.(포도의 당도가 높다고 함)
쓰니와 쓰니의 동행은 새벽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레미스(remis, 우리나라 콜택시와 비슷한 개념)를 타고 열심히 아에로빠르께 인테르나시오날 호르헤 뉴베리(Aeroparque Internacional Jorge Newbery, 혹은 AEP)공항으로 달렸다. 코르도바여행 #1 포스트에서 언급한 것 같이 집에서 기차&버스로도 공항으로 갈 수 있지만, 새벽 5시 반에 기차를 타는 것은 약간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돈을 좀 내고 레미스를 타고 가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새벽 6시 정도만 되면 갑자기 기차가 출근기차로 변하는데, 그 콩나물시루 같은 기차에 배낭을 메고 타는 것은 나도 스트레스이고, 그 시각 출근하시는 분들도 스트레스일 것이다.
택시비는 집에서 공항까지 새벽에 차가 안 막혀서 30분 정도만에 도착을 했고, 8000페소를 냈다. 우리가 여행을 위해 1달러당 487페소로 환전을 했으니, 달러로 레미스 비용을 계산하면 한 16.5달러를 내고 공항을 간 것이다. 한국에서는 비싼 가격이 아니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햄버거 세트 2개 가격, 혹은 아이스크림 8개 가격이다.....................눙물이.......................
하지만 우리는 휴가를 떠나는 거니까!
쉬러 가는 거니까!
괜찮아*100
공항에 도착했는데 어젯밤에 확인을 못한 메일을 확인하던 쓰니의 동행이 비행기가 연착이 됐다고 한단다...하하하하
아르헨티나는 비행기 연착이 좀 잘 된다. 보통 20분 정도는 연착이 되곤 하는데, 오늘은 좀 더 심하게 1시간 연착.
하지만 현실을 빠르게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하다. 우리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아침을 든든하게 먹으러 가기로 한다.
공항 2층으로 올라가면 많은 식사 옵션들이 있다. 우리나라였다면 밥집도 있고 할 테지만, 여기는 아침으로 주로 빵과 커피를, 간단한 점심으로는 주로 샌드위치를 먹기 때문에 2층에 많은 카페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샌드위치는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식빵에 약간의 고기(햄 혹은 치킨)와 약간의 채소, 계란이 들어간 그런 샌드위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아르헨티나에도 그런 샌드위치가 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샌드위치도 있다.
핫도그에 쓰이는 거 같은 커다란 빵에 베이컨, 고기, 튀긴 양파, 계란프라이, 하몽 등등 정말 여러 가지 상상하지도 못한 재료들이 들어가는 이런 샌드위치들도 있다. 아침을 황제같이 먹기를 원한다면 이런 샌드위치 옵션들을 둘러봐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는 엘클룹데라밀라네사(El Club de la Milanesa)에서 맥모닝과 비슷하게 생긴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다. 아래 사진으로 아침메뉴 전광판을 좀 보여주려고 했는데, 화질이 무슨 일이고...
아래 사진에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샌드위치에는 베이컨과 계란프라이, 치즈가 들어있다. 샌드위치 두께가 그리 두껍지는 않았지만 맥모닝보다는 사이즈가 좀 컸다. 커피도 나쁘지 않고... 아침식사로 배부르지는 않지만 나름 든든한 메뉴였다.
식사를 하다가 샌드위치가 들어있는 컨테이너에 내 눈을 사로잡은 문구가 있었으니... 바로 아래 문구였다.
"SI EL 90% DEL PLASTICO NO SE RECICLA, LOO MÁS SENSATO ES USAR MENOS PLÁSTICO.(플라스틱의 90%가 재활용되지 않는다면, 가장 현명한 일은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Comé sin culpa. Comé sin plástico(죄책감 없이 드세요. 플라스틱 없이 드세요.)" 라고 하는 것이다.
멋있다... 이렇게 환경을 생각해 주는 회사가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물론 100프로 모든 것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 테지만, 정말 작은 것들부터라도 계속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 죄책감 없이 먹자!
샌드위치가 작아서 다행이다.
죄책감 없이 더 많이 먹을 뻔했다.
이러한 문구들로 인해 더 즐거워진 아침식사가 끝나고, 남은 3시간 반정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수많은 멍 때림과 한숨을 내 쉰 결과, 우리는 비행기에 올라탔고, 산후안에 도착을 했다.
쓰니는 산후안 시내에서 차를 렌트할 것이기 때문에 바로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산후안의 시내는 산후안의 수도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격이다. 산후안 주의 수도는 시유다드데산후안(Ciudad de San Juan)이라고 부른다. 한국어로는 산후안시인데, 너무 기니까 그냥 나는 시내라고 하겠다. 어차피 산후안 주에는 시유다드데산후안 말고는 "시"라고 부를만한 곳도 없다.
공항에서 시내로 나가는 일반 버스가 하나가 있는데, 버스비가 2023년 6월 22일 기준 100페소(1달러에 487페소) 정도밖에 안 한다. 택시를 타면 버스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지만, 또 몇 천 페소가 깨졌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SUBE(수베)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SUBE라는 교통카드를 이용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버스에서 현금을 받거나, 기차역 및 지하철역에서 표를 내고 타는 것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 꼭 수베에 돈을 충전해서 수베를 찍고 타야하는 것이다. 산후안에서는 수베를 이용하니, 공항버스를 타려면 수베카드를 챙기거나, 키오스코(Kiosco)에서 구매 및 충전을 하자.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사이에 작은 마을들 몇 개를 돌았다. 시내 밖 마을들이어서 정리가 하나도 안되고, 어떤 집들은 다 허물어져가기도 했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처럼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아마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이런 지역을 도는 버스의 버스기사들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나를 버스에 태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름 배려...)
쓰니와 쓰니의 동행은 버스를 타자마자 산후안의 인심에 감동을 받았다.
쓰니의 동행이 "여기로 가고 싶은데, 혹시 이 버스가 이곳을 지나나요? 이곳을 지날 때 혹시 저희들에게 알려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어봤는데, 너무나 밝게 웃으시면서 알겠다고 해준 것이다. 글로 읽으면 이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일 수 있다. 기사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그 밝은 미소는 내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보기 힘든 그런 미소였기 때문에 더 따듯하게 느껴졌다.
이쯤 되니 코르도바 포스트에 이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너무 나쁘게만 말한 것 같다. 내가 사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옹호해보자면,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산후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몰려들기 때문에 산후안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매일같이 만원이 되는 버스를 몰고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으며 일하시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버스기사님들이 산후안처럼 사람도 별로 없고 교통체증도 없는 버스기사님들처럼 밝을 수는 없을게다.
그래서 내 결론은... 소도시로 이사 가고 싶다.
그리고 생각보다 산후안의 풍경이 멘도사랑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 간간이 보이는 포도밭, 파란 하늘, 쨍한 햇볕, 바싹 마른풀들... 벌써부터 11월의 멘도사 여행을 기다리게 한다. 많은 보데가들을 다니며, 아르헨티나의 선물인 말벡(Malbec)을 맛보며, 시간 가는 것을 완전히 잊은 채로 "지금"을 즐길 그 시간이 기대된다. 두근두근
이런 작은 마을들과 자연들을 뒤로하고, 쓰니가 탄 버스는 San Juan의 수도로 들어왔다. 공항에서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우리의 목적지까지 한 35분 정도만에 도착을 했다. 공항에서 산후안 버스터미널은 한 25분 정도에 도착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택시를 타지 않고 버스를 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있고, 버스는 마을들을 돌기 때문에 택시를 탔을 때보다 목적지에 좀 더 늦게 도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같이 빨리빨리 살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쓰니와 쓰니의 동행은 느리게 여행을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산후안의 수도는 굉장히 잘 정리가 되어있어 보였다. 건물들도 유지가 잘 되어있다. 보행자길도 정리가 잘 되어있다. 어딜 가든 깨끗했고, 자동차들이 신호를 어기면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교통경찰들도 열심히 일 하는 것이 보였다. 특히 광장을 열심히 청소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길바닥에 쓰레기를 막 버리는 분들이나 노상방뇨를 하는 분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만 있는가 싶다...
어디로 여행을 가든 "아니 왜 부에노스아이레스만 그 모양$#@^@%^#$%@#$%^?????????????"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인가...
왜 자꾸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갈 때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만 꾸지다고 생각이 드는 건지 참...^^...
쓰니와 쓰니의 동행은 곧바로 렌터카 회사의 사무실로 갔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굳게 닫힌 문...
산후안은 낮잠을 자는 동네라고 한다. 대략 12-4시 혹은 5시 정도까지는 많은 곳들이 문을 닫고 점심&낮잠을 위해 가버린다.
우리의 목표는 산후안에 내리자마자 차를 끌고 Rodeo라는 산후안 수도 밖 북쪽에 위치해 있는 작은 마을로 가는 것이었는데, 붕 떠버렸다.
어쩔 수 없지. 아까도 말했지만,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면 덜 괴롭다.
일단 배고프니 먹자!
그냥 목적지 없이 걷다가 오늘의 메뉴가 굴라쉬인 곳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https://goo.gl/maps/oE7SZiM1EXrAzrXRA
Casa Flora Bed and Breakfast · Francisco N. Laprida Oeste 116 oeste, J5400 San Juan, 아르헨티나
★★★★★ · 음식점
www.google.com.ar
알고 보니 한 호스텔이었고, 레스토랑을 같이 운영하는데, 메뉴 없이 "오늘의 메뉴"로만 장사를 하는 곳이었다.
오늘의 메뉴는 굴라쉬, 치킨샐러드, 밀라네사 3가지였는데, 쓰니와 쓰니의 동행은 굴라쉬를 시켰다.
레스토랑은 작고 아담했고 깨끗했다.
음식을 주문하고 쓰니와 쓰니의 동행은 앞으로 4시까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배낭을 들쳐 매고 시내 구경이나 해야 하는 것인가...
고민하는 사이 음식이 나왔다.
배가 너무 고파서 게 눈 감추듯 그릇을 비웠다. 고기가 엄청 연했고 소스가 고기냄새도 안 나고 맛있어서 싹싹 긁어먹었다. 산후안에서의 첫끼는 아주 대만족이었다.
다 먹고 주변을 보며 구경하는데, 앞에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짐만 두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이 어디 있나 찾았는데, 보니까 레스토랑의 입구 정반대 편에 있는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레스토랑 입구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있으면서 가방을 그냥 테이블에 두고는 다른 곳으로 담배를 피우러 갔다고???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이런 일이 절대 있을 수 없다. 아마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을 것인데... 산후안은 괜찮다고???
문화충격이었다.
(자기 물건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 산후안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소지품을 잘 챙기자)
든든하게 먹었으니 4시까지 시간을 때우는 일만 남았다. 산후안 시내를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시내가 작아서 많이 돌아다닐 필요도 없었다.
열심히 걷다가 시내의 메인광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인광장이 "main"인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는 즉슨, 항상 이 메인광장에는 교회, 정부 건물, 은행, 경찰서가 있기 때문이다. 이건 아르헨티나 어느 도시에 가도 똑같다. 스페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열심히 기다린 끝에 4시가 됐고, 우리는 렌터카 회사 사무실로 갔다. 인터넷에서 Almundo라는 여행 서비스 웹페이지에서 렌트 서비스를 예약하고 돈도 낸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 렌트를 신청한 사람이라는 것만 알려주면 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뒷목 잡았다.
신용카드가 있어야 차를 빌려준단다. 렌트카 회사에서 차를 빌려줄 때 보험용으로 신용카드를 받는다. 신용카드 사진으로 대체하면 안 되겠느냐고 했는데, 실물 신용카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왜!!! 신용카드 번호도 다 보이고, 신용카드 주인 이름도 다 보이는 사진인데 왜!!!
알고 보니 80년도에 쓰이던 카드 긁는 기계로 카드를 매출표에 대고 찍어내야 했던 것...
우리의 여행은 좀 늦어져도 괜찮지만, 차가 없으면 안 된다. 차가 없으면 어딜 갈 수가 없다. 우리를 4시까지 기다리게 한 짜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절박함만 남았다. 다른 방법은 없느냐고 묻는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은 "신용카드를 주지 않으면 우리는 차를 빌려줄 수 없습니다"뿐이었다.
하........................................................................................................................................................................................
어딜 가도 신용카드를 요구하겠지만, 그중에 그냥 사진으로 대체를 해도 되는 곳이 있을 수도 있으니 다른 렌터카 사무실로 가보란다. 그래서 다른 곳을 찾아서 걸었다. 산후안에 자동차를 빌려주는 곳은 생각보다 많았다. 일단 한 곳을 들어가니 우리가 원하는 사이즈의 자동차는 없었다. 큰 차를 빌리기에는 낭비였다. 그래서 또 다른 곳을 찾았다. 이번에는 시내 중심에서 좀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FÁCIL
https://goo.gl/maps/QEtVeWMjNGWSCRvn7
Fácil Rent a Car Alquiler de Autos en San Juan · Av. Libertador Gral. San Martín 2442, J5402DGD San Juan, 아르헨티나
★★★★☆ · 렌터카 업체
www.google.com.ar
찾았다. 비록 시간이 좀 걸렸지만, 더 싼 가격에 굉장히 깨끗한 차를 받았다.
신용카드 실물이 필요하지 않았다. 단지 VISA 신용카드 사무실에 전화를 해 FÁCIL에 지불하는 것을 승인을 해주면 끝이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이었는데, 우리는 발을 동동 구른 것이다.
아래와 같이 영수증을 받았다. 차를 빌리는 비용으로 하루당 11,000페소 * 6일, 차를 사용하는 금액(하루에 200km를 사용하기로 함) 5,000페소 * 6일, 공항에서 차를 반납하는 비용 2,500페소, 부가가치세 21% 붙어서 총 119,185페소(119,185/487=245달러)를 냈다. 빌리는 시간이 6월 22일 오후 6시였으므로 반납 시간은 6일 뒤인 6월 28일 오후 6시였다. 우리가 차를 받았을 때, 차는 이미 23,533km를 달린 상태였고, 우리가 반납할 때는 1,200km를 더한 24,733km나 그 이하로 반납하면 된다. 자동차 가름은 8칸 중에 3칸이 채워져 있는 상태로 차를 받았으니, 차를 반납할 때에 똑같이 3칸만 채워서 주면 된다.
와, 비행기 연착, 사무실 점심시간으로 인한 강제 워킹투어, 자동차 렌트회사로부터의 거부 등등 많은 것들이 우리의 여행을 망칠 뻔했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역경을 이겨냈다. 장하다, 쓰니와 쓰니의 동행.
자동차를 끌고 Redeo라는 작은 마을로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또 한 번의 역경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주유소.
아르헨티나에서 자동차로 여행을 할 때에는 꼭 주유를 할 수 있는 곳에서 주유를 해야 한다. 땅이 워낙 넓고, 사람이 안 사는 곳이 많아서 주유소가 많지 않은 곳이 있다. 이 경우가 딱 그 경우였다. 시내에서 나올 때 주유를 가득하고 나왔어야 했는데, 쓰니와 쓰니의 동행은 한 30분 운전을 하다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다시 30분을 운전해서 시내로 돌아가서 주유를 했다.
다시 출발을 하려고 보니 저녁 7시. 이미 해는 져버렸고, 자동차 여행의 묘미인 풍경보기는 어둠이 짙게 깔려버린 이유로 불가능해졌다. 그래도 슬퍼할 수는 없다. 이건 우리의 휴가인걸!!!
앞으로 2시간 40분을 어둠만 보며 달려야 한다. 빨리 달릴 수도 없다. 너무 어두워서 빨리 달리다가 갑자기 야행동물이 튀어나오면 로드킬은 물론이고 차도 박살이 나버린다. 실제로 쓰니와 쓰니의 동행은 밤에 운전을 하다가 소를 칠 뻔한 적도, 여우를 칠 뻔한 적도 있다.
밤에는 절. 대. 로 빨리 달리면 안 된다. 국도에 있는 속도 표지판을 보며 꼭 그 속도를 지켜야 한다.
욕심내다가 사고라도 나면 큰일인 이유:
1. 휴대폰 신호가 약해서 만약 신호가 안 잡히는 곳에서 사고라도 나면 다음 차가 지나갈 때까지 도움을 못 받음
2. 인적이 드묾. 다음 차가 언제 지나갈지 모름. 특히 밤에는 더 없음
이런 이유로 밤에는 운전자가 특히나 더 피곤하다. 그래서 밤에는 차를 몰고 내가 모르는 어딘가로 나가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었으니, 늦게 도착할 각오를 하고 천천히 안전하게 운전을 하며 목적지를 향했다.
그렇게 해서 대략 3시간 만에 쓰니와 쓰니의 동행은 Rodeo라는 곳에 있는 Posada 50 Nudos 호스텔에 도착을 했다.
https://goo.gl/maps/K3ADGHBtaYUabAmx7
Posada 50 Nudos · El Puque s/n, J5465, San Juan, 아르헨티나
★★★★☆ · 호텔
www.google.com.ar
호스텔은 아담하고 기본을 갖춘 곳이었다. 워낙 작은 동네에 있는 호스텔이고, 거의 유일한 호스텔이어서 비교를 할 수가 없지만, 개인적으로 하루 묵는 곳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차에서 짐을 꺼내서 대충 숙소에 펼쳐놓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벌써 밤 10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 저녁을 안 먹어서 매우 예민했다. 서둘러서 한 레스토랑에 도착을 했다.
꾸에스따델비엔또파리샤레스타우란떼(Cuesta Del Viento Parrilla Restaurante)
https://goo.gl/maps/jrkxBjKmQat2DCrE9
Cuesta Del Viento Parrilla Restaurate · Av. Santo Domingo, Rodeo, San Juan, 아르헨티나
★★★★☆ · 음식점
www.google.com.ar
메뉴를 쭉 보는데, 한 샌드위치 이름이 레스토랑의 이름과 같다.
"꾸에스따델비엔또히간떼(Cuesta del Viento Gigante) 샌드위치"
보통 이런 경우, 레스토랑에서 자랑할만한 그런 메뉴이니, 믿고 하나 시켜보기로 했다. 게다가 이 메뉴는 2명을 위한 메뉴라고 한다. 쓰니와 쓰니의 동행 둘이서 같이 먹을 것이니, 꾸에스따델비엔또히간떼샌드위치를 시켜보기로 했다.
Cuesta del Viento Gigante 샌드위치는 가히 이름만큼이나 거대했다. 쓰니와 쓰니의 동행은 많이 먹는 편인데도 샌드위치 3분의 1을 남겼다. 이게 2인분이라니... 이 마을 사람들 대체 식성이 얼마나 대단한 거지?
샌드위치는 맛있었다. 쓰니는 블루치즈를 사랑하는데, 블루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였으니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블루치즈가 부족하지 않게 들어가 있었다. 여기에 들어간 고기는 또 얼마나 연하고 맛있던지... 맛있게 저녁을 뚝딱 해치우고, 남은 샌드위치는 포장을 해서 호스텔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