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órdoba Argentina

Córdoba 여행 #4

붜롸미 2023. 7. 3. 23:41

라꿈브레시따(La Cumbrecita)로 가는 길.

 

갑자기 안개가 자욱하게 끼기 시작했다. 버스가 속도를 줄여 엉금 엉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라꿈브레시따는 산 위에 있는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차를 타고 올라가는 길이 꾸불꾸불한데, 앞도 안 보이니까 이렇게 커다란 버스가 속도를 낼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라꿈브레시따를 올라가는 길

 

 

운전자 아저씨는 아주 능숙하게 핸들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며 운전을 하셨지만, 나는 왜인지 모르게 긴장이 되고 두려웠다. 중국에 있을 때는 이런 안개 낀 날에는 운전도 못하게 고속도로를 막아버렸었는데, 이런 날에 운전을 하며 라꿈브레시따를 올라가게 두다니...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던 것. 무사히 도착했다.

1시간이면 도착한다던 라꿈브레시타에 1시간 반 만에 도착. 도착을 하니, 여전히 안개가 자욱한 것이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상태로 다니다가는 옷도 다 젖고 오래 못 걸어 다닐 것 같았다. 마침 점심시간이기도 하니, 가깝고 굴라쉬를 파는 식당에 들어갔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버스터미널에서 가깝고 굴라쉬를 파는 곳이기도 한 Engel Restaurante에 들어갔다.  https://goo.gl/maps/G4xpB2rzmsTvvFta9

 

Engel Restaurante · La Cumbrecita, Cordoba, 아르헨티나

★★★★★ · 음식점

www.google.com.ar

 

 

들어가자마자 쓰니의 동행과 쓰니는 굴라쉬, 그리고 작은 말벡 한 병을 시켰다. 와인은 대부분 주문을 하자마자 나오는데, 웨이터가 와인을 열어주면 꼭 30분 정도는 기다렸다가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30분 기다린다고 진짜 와인의 맛이 차이가 많이 날까...?"

 

하는 분들은 꼭 와인 열자마자 와인의 맛을 음미해 보고, 30분 정도 뒤 와인의 맛을 음미해 보길 바란다.

쓰니의 동행을 와인을 정말 모르는 친구인데, 이번 코르도바 여행 때 와인의 브리딩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우리가 시킨 와인은 Santa Julia라는 와인이었는데, 나중에 남편에게 물어보니, 엄청 맛있거나 유명한 와인까지는 아니고, 그냥 쉽게 구할 수 있고 나쁘지 않은 그런 보편적인 와인이라고 한다. 가격도 굉장히 저렴했는데 맛도 괜찮아서 아주 만족스러웠던 와인이었다.

아르헨티나의 말벡

 

아래의 사진은 와인과 함께 시킨 굴라쉬의 사진이다. 사실 이 굴라쉬를 보고 이 레스토랑을 골랐다. 독일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는 굴라쉬를 먹어봐야 한다길래 그것만 보고 시켰는데, 나름 괜찮았다. 예전에 폴란드 음식점에서 먹은 굴라쉬와 자꾸 비교가 되서 그런지, 나는 엄청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쓰니의 동행은 매우 좋아했다. 이 레스토랑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은 굴라쉬의 고기가 굉장히 부드러웠던 것. 그리고 그냥 음식이 따듯해서 좋았다. 추웠는데 따듯한 음식과 와인이 들어가니 마냥 기분이 좋았다. 접시 사이즈가 생각보다 컸고 음식이 적은 양이 아니었지만, 춥고 배고팠던 나는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굴라쉬

 

 

배도 부르고 따듯해진 쓰니는 기분 좋게 레스토랑을 나와서 쓰니의 동행과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A magical place, la Cumbrecita

 

 

걷는 내내 여전히 날씨가 흐렸기 때문에 사진들이 대체로 어둡게 나와서 아쉬웠다. 더 밝게 나왔다면 라꿈브레시따의 아기자기함도 더 많이 보였을 텐데... 

처마 밑에 작은 공간도 놓치지 않는 la Cumbrecita

 

 

쓰니까 앞에 " 라꿈브레시따는 산 위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고 표현을 한 바가 있는데, 사실 한국어라서 "산"이라고 표현을 한 것이지, 아르헨티나에서는 라꿈브레시따가 있는 이 산을 "산"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안데스산맥이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la Cumbrecita를 "산"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웃긴 것이다. 참고로 안데스 산맥 가장 높은 곳이 5000m정도이고, 라꿈브레시타는 1450m 정도 된다고 한다. 한라산이 2000m가 좀 안되니, 한국인 입장에서는 한라산 정상 가까운 곳에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사는 것이다.

이 마을도 역시 독일인의 마을로 유명한데, 쓰니의 시어머니가 말씀하시기를(전직 역사 선생님이셨음) 라꿈브레시따에서도 역시 많은 나치들이 살았었...("카더라"로 끝맺겠다)

근데 장난이 아닌 것이 실제로 많은 나치들이 전쟁에서 지고나서 아르헨티나에 들어와 살았었다고 한다.

 

 

가을향기가 나는 라꿈브레시따

 

가을이라 그런지 나뭇잎들이 예쁘게 색을 물들이고 있었다. 걷는 내내 아기자기한 집들이 나무 사이로 '툭' 하고 삐져나와 있었다.

 

 

마을을 지키는 장승인가

 

생각보다 라꿈브레시따 마을은 크지 않았다. 마을의 크기만큼 작고 예쁜 집들이 여기저기 숨어있었는데,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그런 집들 같았다. 많은 집들의 지붕 위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고, 집을 둘러싼 예쁜 색의 나무들이 아름다움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나무 아래의 작은 벤치들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여유까지 주고 있었다. 아... 좋다. 글 쓰면서 다시 그날을 회상하고 있는데, 다시 생각해도 너무 좋다...

 

라꿈브레시타 마을 안에는 적지 않은 호스텔들이 있고, 아래 영상에 있는 것처럼 커다른 호텔도 하나가 있는데, 다음에는 라꿈브레시타 안에서 묵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열심히 올라서 라꿈브레시따에서 자랑하는 폭포를 봤다.

이과수에 있는 악마의 목구멍을 이미 여러 번 본 나는 사실 이런 폭포가 놀랍지 않다...... 그냥 작은 물줄기일 뿐. 허허허......... 쓰니에게는 돌 사이로 삐져나와 열심히 자라고 있는 나무와 풀들이 더 멋있어 보였다. 그 나무에 달린 잎들이 계절을 알리려고 잎의 색을 열심히 물들이고 있는 게 오히려 더 감동적이었다.

 

 

이렇게 본 폭포를 뒤로하고 열심히 올라 정상에서 라꿈브레시따를 바라보았다.

안개가 자욱하게 껴 한층 더 운치 있어 보이는 라꿈브레시따. 알록달록한 색깔들 사이로 빼꼼하게 보이는 집들. 모든 게 완벽해 보였다. 도시에 살며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재빨리 부족한 것을 채워서 부족한 것 없이 사는 것이 완벽한 삶인지, 장작을 패서 불을 지펴야 하는 시간과 과정이 있어야지만 집이 따듯해지는 어느 한 라꿈브레시타의 집이 더 완벽한 삶인지... 나는 라꿈브레시타가 더 완벽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