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gilia(비힐리아) 와이너리 투어, 멘도사
드디어 멘도사 와이너리투어 마지막 포스팅이다.
쓰니는 또 아침을 거하게 먹고, 산책을 하며 또 한량 짓을 열심히 하다가 완벽한 점심을 위해 Vigilia(비힐리아)라는 와이너리에 도착을 했다.
내가 제일 애정하는 비힐리아. 왜 좋았냐?라고 물어본다면... "모든 것이 좋았다"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장소, 음식, 와인 모든 것이 다 완벽했다.
아마 내가 지금까지 가보았던 와이너리들 중에 제일 마음에 들었던 와이너리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 같다.
먼저, 조용했다.
테이블이 촘촘하게 붙어있는 그런 레스토랑이 아니었다. 테이블들이 너무 붙어있는 바람에 옆에서 하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시끄러워서(물론 이게 당시에는 엄청 거슬리는 것은 아닐 테지만)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야 하는 그런 레스토랑이 아닌 거다. 널찍한 테이블들이 몇 개 있는 야외에서 아름다운 뷰를 감상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음식과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우리가 갔을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더더욱 조용했다. 새소리가 아주 명확하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여기에 피아노 소리가 또랑또랑하지만 아주 작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초록빛을 발산하는 뷰, 작지만 강하게 들리는 피아노 소리 및 새소리 때문에 이미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서비스가 완벽했다.
아르헨티나는 웨이터들이 팁을 받는다. 팁을 두둑하게 주고싶게 만드는 서비스였다. 친절하고, 하지만 부담이 되지 않는 서비스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줬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친절함은 "손님은 왕이고 나는 하인이다"라고 흔하게 생각하는 친절함이 아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친절함이라고나 할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아는 것 같았고, 내가 무언가를 원한다면, "맞아, 그것도 필요할 것 같았어. 내가 금방 너로 하여금 이것으로 인해 불편하지 않게 해 줄게"하고 분주하지 않게 처벅처벅 걸어서 지체 없이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는 이런 친절함이었다. 이런 웨이터들의 행동에 당당함이 느껴졌다. 레스토랑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왠지 여기에서 나는 더 믿음이 갔다. 얼마나 좋은 것, 맛있는 것을 내놓길래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도 이렇게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일까?
음식이 다양하고 적당했다. 이 레스토랑 역시 코스로 내놓았다. 스타터, 메인, 디저트가 있었다. 메뉴를 보며 내가 원하는 것을 고르면 되는 것이었다.
아르헨티나는 항상 음식들이 나오기 전에 빵과 빵을 찍어먹을 만한 소스를 내어준다. 이곳은 다양한 종류의 빵과 올리브오일을 내어주었다. 멘도사에서 먹는 대부분의 올리브오일은 프리미엄 수준이다. 빵조각을 올리브오일에 찍어서 입에 넣는 순간 퍼지는 그 올리브오일의 향기를 한 번이라도 맛보았다면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정말 올리브오일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면 달라지지...
올리브오일의 존재는 금방 잊어버리고 음식을 즐기게 된다.
스타터가 나오기 전에 이 아기자기한 아이들이 나왔다. 이 조그마한 아이들로 내 위에게 "안녕! 나 이제 맛있는 것들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할 거야"라고 신호를 보냈다. 참 작고 지금은 맛이 기억도 안나는 아이들이었지만, 결코 집에서는 따라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작고 예쁘지만 하찮고, 하찮지만 빠지면 서운할 것 같았던 이 조그마한 아이들.
맛있었던 것은 기억한다. 이걸로 됐지, 애들아?
와인은 어디를 가도 내가 고르지 않는다. 와인 메뉴판도 있었는데, 우리가 왜 La Vigilia Malbec 2021(라 비힐리아 말벡 2021)과 La Vigilia Cabernet Franc 2021 (라 비힐리아 까베르네프랑 2021), La Vigilia Blend 2021 (라 비힐리아 블렌드 2021), El augurio Blend 2019(엘 아우구리오 블렌드 2019)를 골랐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믿기 힘들 정도로 다 맛있었다. 항상 어떤 와이너리를 가도, 한 가지에서 두 가지 정도의 와인이 돋보이는데, 이곳은 모든 와인이 맛있었다. 완벽한 경험이었다고나 할까.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았으니, 와인은 이렇게 이름을 써두고, "좋았다"라고 표현만 하고 그만두기로 하겠다.
와인을 고른 사이 애피타이저가 나왔다. 나와 나의 동행은 삐까다(Picada,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것)를 시켰다. 다양한 치즈들과 마른 과일들이 나왔다. 먹기 아깝게 만들어놔서 먹기 시작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 용기 있는 자들이니까. 한 5초 망설이다가 정신없어 보이기 직전의 사람의 모습으로 먹기 시작했다.(많이 절제함)
참 맛있다고 감탄을 하며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집에서도 준비해먹을 수 있는 맛과 비주얼인 거 같다. ㅋㅋㅋㅋㅋ근데 그래도 그 당시의 나는 너무나 행복했다. 맛있는 와인과 같이 먹으니 더 맛있게 느껴졌다.
내가 주문한 연어요리가 나왔다. 너무 고기만 맨날 먹어대는 것 같아서(콜레스테롤이 좀 걱정이 되었음), 이 날은 연어를 시켰는데, 연어가 너무너무 맛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시킨 스테이크를 먹어보니 역시 소고기가 더 맛이 좋구나라고 생각이 됐다...ㅋㅋㅋㅋㅋ
이곳의 스테이크는 훈연을 한 스테이크라서 고기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면 일단 훈연의 향과 소고기의 향이 조화롭게 입 안에 퍼지고, 고기를 씹기 시작하면 그 아름다운 향과 어우러진 고기의 육즙이 나의 미각을 느끼는 부분을 즐겁게 했다.
근데 나는 나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내가 결정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니까 군말 없이 다시 연어를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음식을 한 입 먹고 주변을 둘러보고, 또 한 입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계속 보아도 질리지 않는 이 아름다운 경치. 마음이 정화가 되는 것 같은 아름다운 색깔들이 함께 어우러져 내가 그 당시 씹고 있던 연어와 함께 나를 행복하게 했다. 훈연이 된 소고기를 씹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식사를 마친 후, 디저트도 있었는데 디저트의 사진은 없다. 맛있었지만 너무 달아서 다 먹지는 못했다. 아마 한국인들한테는 아르헨티나의 디저트들은 좀 맞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너무 달아서 이가 다 썩어서 빠져버릴 것 같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다.
아... 식사도 배불리 했고,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면서 또 주변을 바라보았다. 왠지 모든 것을 천천히 해도 될 것만 같은 그런 곳이었다. 여유라는 것은 사실 내가 주체가 되어 내가 부려야 하는 것인데, 이 레스토랑은 나에게 여유를 선물해 주는 것만 같았다.
마지막으로 화질은 떨어지지만, 비힐리아의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어 보시라...
이렇게 나의 2023년 멘도사 와이너리 투어 포스팅은 2024년 4월 오늘 끝나게 되었다. 다음 여행지가 어디가 될지 모르겠지만, 후... 다음 여행지를 갔을 때는 좀 더 열심히 적어놓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포스팅이었다. 쓰고 싶었던 것들이 너무 많았는데 아쉽게도 다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기억도 가물가물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멘도사에 대해 알게 됐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관광지로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인데, 아르헨티나까지 와서 멘도사에서 파는 진짜 맛있는 말벡을 맛보지도 않고 떠나버린다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 아닌가? 사실 아르헨티나는 아르헨티나만 여행을 다니더라도 한 달이 부족한 곳인데, 사람들이 아르헨티나를 오면 이과수 폭포, 빙하만 보고 가서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나는 또 다른 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곳에 대한 포스팅을 해보도록 하겠다.
안녕-
비힐리아 점심 및 와인시음 (Vigilia lunch with wine tasting)
(말벡, 까베르네 프랑, 블렌드(까베르네프랑 50%, 까베르네소비뇽 50%), 블렌드(말벡 50%, 까베르네프랑 30%, 멜롯 20%))
비용(달러): 대략 60달러/인당 (2023년 11월 22일 기분 블랙마켓 달러값 1000페소/1달러)
비용(페소):60000페소 (2023년 11월 22일 기준)